공부하기_아기곰님 글 필사_작성일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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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 세계 경기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아파트값도 7월부터 하락으로 돌아서서 10월까지 네 달 연속으로 하락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집값도 6월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여 최신 통계치인 9월까지 세 달 연속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마치 전 세계 집값이 경쟁적으로 하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보도는 사실일까?
미국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기도 하고,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올해 6월 미국 주택 중위값은 41만 3800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5월에 이어 40만 달러를 넘은 두 번째 달이다.
하지만 올해 9월 미국 주택 중위값은 38만 4800달러로 하락하여 세 달 사이에 7.0%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뜨거웠던 미국 주택 시장도 금리 인상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미국 집값이 세 달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락의 원인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택 경기의 침체로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과장이다.
위 표는 지난 10여 년간 미국 주택 중위값을 나타낸 표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여파로 집값이 바닥을 찍었던 2011년 이후로 집값이 전년보다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심지어는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보도가 나온 최근의 집값도 전년 대비 8.4%나 상승한 수치이다.
그런데 위 표를 자세히 보면 미국 집값 흐름은 우리나라와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등고선처럼 보이는 집값은 매년 6월에는 가장 비싸고, 매년 1월에는 가장 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7월에는 6월에 비해 집값이 떨어지고, 8월에는 7월에 비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유일한 예외가 2020년이었는데, 이때는 10월까지 상승하다 11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직후 미국에서 무차별적으로 시중에 돈을 뿌린 결과가 자산 시장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1월 집값은 가장 쌌다가 2월부터 반등하는 패턴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면 미국 집값은 왜 6월이 가장 비쌀까? 미국 주택 시장은 우리와는 달리 실수요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집값이 가장 싼 1월에 사는 것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실수요자의 입장에서는 6월에 매수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는 미국의 학제에 기인한다. 미국의 학교는 매년 9월 1일 전후로 개학한다. 동부 지역은 8월 말에 개학하는 곳이 많고, 서부 지역은 9월 초에 개학하는 곳이 많지만 평균적으로 9월 1일 전후로 개학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녀를 (학기 중에 전학시키는 것보다) 학기가 시작할 때에 맞추어서 새 학교에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학교마다 수업 진도도 다르고 심지어 과목 자체가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학기 중에 전학을 하면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더구나 학기 중간에 전학을 하면 친구를 사귀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녀를 8월 말까지는 전학을 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사람이 새로 이사하는 지역의 학교로 전학시키려면 어찌하면 될까? 미국도 우리나라 초등학교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근거리 배정원칙이지만 미국에는 주민등록제도가 없다. 거주지 증명을 위해 우리처럼 주민등록 등본을 제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그 집에 실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두 개 이상의 유틸리티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 요금이나 수도 요금, 가스 요금 케이블 TV 대금에 대한 영수증을 제출하면 된다. 미국 영수증에는 우리와 달리 가입자의 이름이 명기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 사생활 보호 때문에 지금은 영수증에 이름이 쓰여 있지 않지만, 예전에도 우리나라도 영수증에 이름이 쓰여 있었고 실거주 증명을 위해 이를 모아두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전학을 위해서는 8월 중에는 그 집에 입주해 있어야 한다. 그런데 8월이 아니라 6월에 집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는 에스크로라는 제도가 있다. 이 에스크로 기간 동안 권리 이전, 채무 말소, 세금 납부 등의 일이 일어나는데, 30일 에스크로도 있지만 대부분 60일 에스크로를 선호한다. 쉽게 말해 계약부터 잔금까지, 그리고 집에 대한 권리를 정리하고 입주까지 60일이 걸린다는 뜻이다. 그러니 6월에 계약을 해야 8월에 입주를 하고, 자녀를 인근 학교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집값은 주택 매수 수요가 가장 많은 매년 6월이 가장 비싸고, 전학 및 이주 수요가 가장 적은 1월이나 2월이 가장 싼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받은 2020년 가을을 제외하고, 지난 수십 년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7월부터 세 달 연속 하락하고 있는 미국 집값의 하락 추세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계절적 요인(seasonal effect)에 의한 영향이 더 큰 요인이라 하겠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내년 1~2월까지는 미국 집값은 계속 하락할 것이며, 2~3월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국 집값은 반등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전월 대비 집값 등락보다는 전년 대비 집값 등락률을 중요 지표로 보는 것이다. 올해 9월 미국의 집값은 전년 동기 대비 8.4%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 아파트 매매가가 4.1% 상승한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의 상승률이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기준 금리가 3.00% 포인트 인상된 반면 우리나라 금리는 2.25% 인상에 그쳤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 사람보다 악재에 더 심각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날씨가 추워지는 것은 지구가 식어가는 것이 아니라 겨울이 다가오기 때문이고,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는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 아니라 여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6월에 비해 9월에 미국 집값이 떨어졌다고 호들갑 떠는 것은 여름에 비해 가을 기온이 내려갔다고 난리치는 것과 같다.
이런 엉뚱한 보도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꾸준한 공부를 통해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구축해야 한다.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책임은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