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_아기곰님 글 필사_작성일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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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국정농단'이라는 단어가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하여 문제를 밝히겠다고 하니 귀추가 주목됩니다.
다만 이러한 조사가 한낱 정치 공세에 그쳐서는 안 되고, 우리나라 통계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래 글은 2021년 4월 6일에 '창과 방패'라는 제목으로 제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의 모순에 대해 지적했던 글입니다. 정치 선전할 때는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세금 걷을 때는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발표하는 모순에 대해서 쓴 글인데, 놀랍게도 인용하는 통계가 모두 한국부동산원 자료입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요?
첫째, 정부가 행한 정책을 정부가 성적을 매기기 때문입니다.
둘째, "목적이 선하다면 수단이 다소 약해도 상관없다"는 의식이 우리나라 일부 정치인들에게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문제는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가 전체로서는 통계의 신뢰성을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누군가의 의도대로 춤추게 된다"는 뜻입니다.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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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뜻의 모순(矛盾)은 창(矛)과 방패(盾)를 뜻한다. 춘추전국 시대의 중국 초나라에서 있었던 일에서 유래한다. 시장에 창을 팔러 나온 한 사내가 창술 시범을 보이더니, 구경꾼들에게 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 창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날카로워서 그 어떤 방패라도 뚫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이번에는 튼튼하게 보이는 방패를 들어 올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방폐야말로 특수한 강철로 만들어서 세상의 어떤 창도 뚫을 수 없는 튼튼한 방패입니다. 이 방패를 사시면 절대 후회하시는 일은 없으실 것입니다." 몇몇 구경꾼이 관심을 보이며, 창과 방패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할 때, 어떤 어린아이가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 그러면 이 창으로 저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나요?"
하나 하나의 논리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두 개의 논리를 모아놓으면 서로 맞지 않는 것을 모순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천 년 전 중국의 일개 지방에서 발생되었던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다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정부와 일부 정치권의 일관적인 주장은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어 있으며,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주택자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려는 투기 세력의 음모 때문이니 국민들은 이에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나 부동산114 등 민간 시세 조사기관의 통계가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것은 민간 기관은 부동산 중개소에서 호가 위주로 시세를 입력하는 것이어서 믿을만한 것이 못되며, '전문 조사 인력'이 '전문적인 방법'을 통해 실제 거래 사례를 중심으로 조사한 정부의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구 한구감정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7.57%이고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은 9.65%였다. 특히 그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진 것은 서울 지역 상승률이다. 한국부동산원은 2020년에 서울 아파트는 3.01%에 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한 반면, KB국민은행은 13.06%나 올랐다고 해서 네 배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시장에 나가 보면 실제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 아우성이 있지, 정부에서는 그것은 실제 거래가 아니고 거대한 투기 세력이 자전 거래를 통해 실거래가를 조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철저하게 이를 조사하여 서울과 부산의 시장 선거가 끝난 이후에 그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한걸음 더 나가 이를 조사하기 위해서 강력한 권한을 가지는 별도의 부동산 감독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집값은 별로 오르지 않았고, 집값이 올랐다고 주장하는 무리들은 이를 이용하여 정권을 흔들려는 일부 언론과 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집값을 올리려는 투기세력의 합작품이라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이런 정부의 주장을 국민들은 믿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믿고 싶었다. 그런데 올해 3월 들어와서 정부의 잊밪이 180도 바뀌었다. 작년에 집값이 너무 올랐으니 공시가를 대폭 올려야겠다는 것이다.
2020년에 전국 아파트 값이 한국부동산원 조사처럼 7.57% 올랐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19.08%나 오른 것이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3.01%가 아니라 19.91%나 오른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승률과 공시가의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전국 평균은 2.5배나 차이가 난다. 서울을 포함한 6개 지역이 평균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서울의 경우는 그 차이가 6.6배나 달한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와 공시가 인상 기준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통계릐 집계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해명이다. 한국부동산원은 몇 개 샘플만을 집계하고 이 샘플 집단의 상승률을 단순 평균 내서 발표하는 것이고, 공시가의 경우는 전국의 모든 아파트를 전수 조사해서 그 총액의 차이를 상승률로 계산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살펴보자. 어떤 동네에 10가구 된 A단지와 990가구로 B단지가 있는데, 나홀로 아파트인 A단지는 집값이 10%가 내렸고, 대규모 단지인 B단지는 10%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한국부동산원에서는 단
순 산술 평균 방식을 사용하니까 이 지역의 집값 상승률은 (-10%와 10%의 평균인) 0%라고 하는 것이고, 가중평균 방식을 사용하는 공시가 상승률은 (10% 상승한 990가구와 -10%인 10가구의 평균인) 9.8%가 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과연 이 말을 믿어야 할까? 세대수를 감안한 가중 평균 방식으로 통계를 내는 것은 상식의 영역이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는 통계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하겠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서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통계를 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정부의 해명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의 논리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그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방법으로 시세 조사를 해왔기 때문에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는 신뢰할 수 없고, 이번에 발표한 공시가 통계가 정확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공시가 상승률과 한국부동산원의 상승률 통계 중 어느 것이 문제일까? 이를 밝히기 위해서 지난 10년간의 통계를 살펴보자.
위 표는 지난 10년간 한국부동산원의 상승률과 공시가 상승률을 비교한 표이다. 해마다 편차가 있지만 특히 올해 발표분에서 압도적으로 큰 차이가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정권별로 구분해 보면 MB정부 때는 집값 상승률보다 공시가 상승률이 연평균 2.9%포인트나 적다. 박근혜 정부 때는 집값 상승률보다 공시가 증가율이 연평균 1.2%포인트정도 많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와서는 그 차이감 무려 7.0% 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특히 올해 발표분의 경운 그 차이가 무려 11.5% 포인트나 된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방식이 갑자기 바뀐 것은 아니고, 직원들의 능력이 갑자기 떨어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와 공시가 상승률의 차이가 해마다 벌어지고 있고, 특히 올해 격차가 더 벌어진 이유는 공시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공시가도 누군가가 조사할 터인데, 그 조사를 주관하는 기관이 바로 한국부동산원이라는 것이다. 공시가 조사를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한국부동산원에 1년에 수백억 원의 비용을 지급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집값 통계를 내는 기관도 한국부동산원이고, 공시가 조사를 하는 곳도 같은 한국부동산원인데 작년에 서울 아파트 값이 3.0%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나서는 공시가는 19.9%를 인상한 것이다. 물론 공시가 현실화 일정에 따라공시가 인상률이 집값 상승률보다 다소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오차도 상식적인 수준 내에서 있어야지, 3,0%대 19.9%의 오차라면 통계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그동안 집값이 안정되었다면 공시가는 인상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아니라 집값이 많이 올라서 공시가가 인상된 것이라면 솔직히 정책 실패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면 된다. 하지만 표 관리할 때는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하고, 세금을 걷을 때는 집값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면 국민들은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정부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작년 한 해만 아파트 값이 19%가 넘었다는 통계를 내놓고 나서는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작년에는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올해는 작년과는 달리 안정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라면 내년에는 공시가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해석해야 하는지 국민에게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 할까? 단기적으로 올해 공시가 발표분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정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통상 공시가를 조사 결정하는 시간이 두 달 정도 걸리므로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까지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핑계를 댈 수는 있겠지만, 올해 재산세는 작년 공시가를 근거로 부과를 하고, 향후 조정되는 공시가에 따라 추가 부과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공시가 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 그 동안 정부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보유세율이 너무 낮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보유세가 높은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공시가를 기준으로 보유세가 부과되는 넉시 아니라 실거래가인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부과한다. 그리고 보유세 증가율을 물가 상승률을 넘을 수 없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다. 쉽게 말하자면 보유세를 전년 대비 2% 이상 올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공시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는 것과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공시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는 제도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공시가를 정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올해 공시가 사태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세금을 더 걷기로 결정되면 극단적으로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공시가를 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게 되면 세금을 거두는 측이나 내는 측 모두 예측 가능한 수준의 세금이 책정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 거주하는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장치라 하겠다. 선진국의 경우, 집을 사게 되면 몇십 년간 집을 수리해 가면서 한 집에 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보유세제이다. 보유세를 매기는 기주니 취득가이기 때문에, 예전에 사서 계속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는 보유세가 상당히 낮다. 반대로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집을 샀다 팔았다 하는 사람의 경우는 취득가가 계속 높아지기 때문에 높은 보유세를 낼 수밖에 없다. 이런 제도하에서는 은퇴한 사람에게 "세금 낼 돈 없으면 집 팔고 싼 동네로 이사 가라"는 막말도 나올 수 없다. 열심히 이을 하며 내 집 한 채 마련한 사람에게 그 집을 팔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보유세 폭탄을 퍼붓는 것이 과연 공정한 사회인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집값이 올랐으니 보유세도 많이 내야 한다는 논리는 세금 구조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다. 오른 집값에 대해서는 나중에 팔게 되면 고액의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집이 있다는 이유로 (양도세에 추가해서) 보유세를 징벌적 수준으로 부과하는 제도가 과연 상식적인 사회인지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