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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부동산/아기곰

쉽게 이해하는 SVB 사태의 원인과 영향

by 월용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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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_아기곰님 글 필사_작성일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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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컬럼니스트』 『재테크 컨설턴트』 - 저서 - How to Make Big Money(2003) / 100년후에도 변하지 않는 부자되는 지혜(2005) / How to be Rich (2005) / 부동산 비타민 (2007) / 재테크 불변의 법칙 (2017) /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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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의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파산했습니다. 미국에 있는 수많은 은행 중 그저 그런 은행 하나가 파산을 한 것이 아니라 미국 은행 수위 16위의 대형 은행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파산을 한 은행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으로, 자산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 KB국민은행 규모 정도의 은행이고, 세계 10여개 국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40년 역사를 가진 글로벌 은행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대형 은행이 불과 14시간만에 파산 사태를 맞은 것이지요. 은행을 정상에 올리는데 40년(forty years)이 걸렸는데, 망하는 데는 14시간(fourteen hours)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SVB가 왜 파산에 이르렀는지, 그 영향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SVB는 우리나라 은행과는 상당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개인 또는 기업이 맡기는 예금을 유치하여, 그 자금으로 개인 또는 기업에 대출을 하는 것을 수익의 주요 재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예금 금리는 낮게 하고, 대출 금리는 높게 하여 예대금리차를 이용하여 수익을 내는 것이지요.

 

그런데 SVB는 이상하게도(?) 예금은 많이 유치를 하였는데, 대출은 적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의 예금을 유치하였는데, 대출은 10억 원만 내준 경우라 하겠습니다. 은행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SVB는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한 은행이고, 주 고객이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입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실적이 하늘을 찔렀지요. 지난 몇 년간 나스닥 지수가 다우 지수 상승률 보다 더 높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자, 이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보다는 예금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예금을 하는 이유는 몇 푼 이자를 받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회사의 운영 자금을 맡겨 놓았다고 보면 됩니다. 직원들 월급(정확히는 격주급, 미국은 2주마다 급여를 지급함)을 회사 금고에 현금으로 보관하는 회사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SVB입장에서는 언제나 은행에 돈이 넘치는 구조였습니다. 이거 좋은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예금을 유치하면 그에 해당하는 이자를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출 이자가 적게 들어오기 때문에 나머지 자금으로 투자를 하여, 예금 이자 이상으로 수익을 내야 하지요.

 

그렇지만 수익을 내야 한다고 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수익을 내는 것도 좋지만 원금까지 날리게 되면, 곤란하기 때문에 SVB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일고 평가받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게 됩니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을 떼일 염려가 없는 자산이 바로 미국 국채이지요.

 

문제는 지난 1년간 미국의 기준 금리가 급등한 것입니다. 2022년 3월 초에 0.25%였던 기준 금리가 정확히 1년이 지난 지금은 4.75%까지 급등한 것입니다. 그런데 채권 수익률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신규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러한 것이고, 기존에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손실이 커지는 것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만기가 다가오는 무기명 정기예금 통장을 채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 달 후에 만기가 되는 통장이 있는데, 예금 금리가 10%짜리다" 이러면 이 통장은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여져서 거래가 될 것입니다. 한 달 한 달만 보유하면 원금도 찾고, 거기에 10%의 수익이 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SVB가 가지고 있는 통장은 0.25%짜리입니다. 지금 새로 가입하면 4.75%를 받을 수 있는데, 아무리 만기 도래 기간이 짧다고 하더라도 이런 통장을 사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값(기존 정기예금 통장 프리미엄)은 하락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SVB의 손실이 수 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시중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이것 자체로 문제는 아닙니다.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은 보장되니까요. 손실이라는 것은 장부상의 손실이지, 중간에 팔지 않으면 손실이 현실화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예금을 맡겨 놓았던, 일부 고객들이 SVB의 예금을 찾기 시작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예금을 돌려주려면, 채권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장부상의 손실이 진짜로 현실화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악순환을 일으키면서, 예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에 빠지자 파산을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사태가 어떤 파문을 일으킬까요?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국제금융위기의 재판이 될까요? 일단 개인 예금자의 입장에서는 문제는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예금자당 25만 달러까지 국가에서 보호를 해 주기 때문에 개인 예금자의 손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한 은행에 25만 달러 이상의 예금을 맡겨 두는 개인은 미국민의 0.1%도 안됩니다 (생각 외로 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보다 돈이 적습니다.)

 

문제는 기업입니다. 기업간에 현금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을 통해 대금을 지급하기도 하고, 종업원들 급여도 지급하기 때문에 기업을 운영하려면 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기업이라고 예외가 없습니다. 은행이 파산을 하면 25만 달러가 넘는 예금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SVB와 거래하는 기업은 당장 월요일부터 25만 달러가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금이 사라진 것과 같은 상황을 겪게 될 것입니다. 거래 대금도 지급하지 못하고,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지요. 물론 시간이 흘러서 SVB의 자산이 청산되면, 남은 자산에서 일부 예금은 보상받을 수 있겠지만, 과거의 예로 보면 100% 돌려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이런 일이 SVB에서만 벌어질까요? 다른 은행이 망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모두가 은행에 달려가서 예금을 인출하면 아무리 튼튼한 은행도 현금 흐름이 꼬이면서 도산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뱅크런이지요. 기업이나 개인이 맡긴 예금을 은행 금고에 100% 보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가 며칠 사이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이번 주에 미국의 몇 개 은행은 추가로 도산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25만 달러가 넘는 예금은 인출하여,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여러 다른 은행으로 분산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거래 대금을 수표(check)로 받은 기업이나 개인들은 하루라도 빨리 현금화하려고, 은행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그러면 미국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예금보호를 한시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가장 쉽겠지요. 개인은 25만 달러지만, 기업은 무제한은 아니더라도 상당액만큼 한도를 늘려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말이 쉽지, 한마디로 모럴해저드입니다. 방만하게 운영하다가 망하는 은행을 국민의 세금으로 막아주겠다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발권력을 동원하여 무제한 지원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지난 1년간 FED가 해온 행태와 정반대 방향에 있는 것입니다. 유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통화 정책을 운영해 왔는데, 그것은 하루 밤 사이에 뒤집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요. 미국 정부에서 어떤 솔리몬의 해법을 내놓을지 아주 궁금합니다.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고금리를 유지하면 반드시 사고가 터집니다. 2000년대 초에 고금리 정책을 펴니까, IT버블이 꺼지면서 미국 경제가 휘청했고요, 2007년 고금리 정책을 펴니까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고, 그 다음 해에는 국제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직후 제 강의를 들었던 분들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책임이 밴 버냉키의 책임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더 기가 막히는 것은 SVB의 대표이사가 FRB 위원이었다고 합니다. 자기 은행 망하는지 모르고, 금리 인상에 찬성 표를 마구 던졌던 것이지요. 자신의 사익보다는 공익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포장을 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앞날도 모르는 헛똑똑이 집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SVB의 자산을 급격히 처분해야 하고, 미국 국채에 SVB 자산의 상당 부분이 들어가 있으니 채권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겠지요. 그리고 뱅크런이 예상되는 중소 은행의 주가도 요동칠 것입니다.

 

다만 FRB 입장에서는 그동안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무소불위로 휘둘렀던 칼이 자신(미국 경제)을 벨 수도 있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우리나라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과 SVB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은행은 투자로 수익을 벌어들이기 보다는 예대금리차로 수익을 내는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리스크는 대출받은 사람들의 파산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출 규제가 아주 심하기 때문에 가계 대출의 경우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걱정이 되는 분은 은행당 5천만 원까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니, 5천만 원이 넘는 예금만 다른 은행으로 이체해두면 됩니다. 한 은행에 몇 억 원 이상을 넣어두는 개인은 거의 없을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이 요동칠 것이기 때문에 우린라 증시도 영향은 다소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자본주의 경제가 얼마나 정교한 것인지, 그리고 그 정교함이 급격한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힘써 벌어 놓은 본인의 돈을 지키고, 더 나아가 그 돈을 불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