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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부동산/아기곰

빌라왕과 갭투자

by 월용 202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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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_아기곰님 글 필사_작성일 2023.04.25.
https://blog.naver.com/a-cute-bear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네이버 블로그

『부동산 컬럼니스트』 『재테크 컨설턴트』 - 저서 - How to Make Big Money(2003) / 100년후에도 변하지 않는 부자되는 지혜(2005) / How to be Rich (2005) / 부동산 비타민 (2007) / 재테크 불변의 법칙 (2017) /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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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면을 뜨겁게 달구는 화두는 단연 '빌라왕'으로 대표되는 전세 사기이다. 건축주, 중개인과 컨설팅 업체로 불리는 브로커 등이 공모하여, 바지시장을 내세워 사회 초년생과 같은 서민의 등을 친다는 내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체 피해자의 69%가 20~30대라고 한다.

 

그러면 이런 전세 사기는 왜 아파트보다 빌라에서 많이 발생할까? 아파트는 시세 파악이 쉽다. KB국민은행이나 네이버와 같은 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하면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 시세를 손바닥 보듯 누구나 파악할 수 있다. 이러니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가 터무니없이 높다면 그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65.9%이다. 전세가는 집값의 2/3수준이라는 뜻이다. 서울의 경우는 50.9%로 전세가가 집값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다른 선순위 대출이나 세금 체납이 없으면 경매에 넘어가도 전세금 회수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빌라의 경우, 정확한 매매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KB국민은행이나 네이버에서도 일부 빌라 시세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아파트보다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아파트의 경우, 몇 백에서 몇 천 가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몇 개 평형의 시세만 파악하면 되지만, 빌라의 경우는 한 채 한 채 매주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 것조차 불필요하게 느껴질 것이다.

 

더구나 공시가나 매매 사례가 없는 신축 빌라의 경우,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전세 사기는 주로 신축 빌라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사회 초년생인 세입자는 그 빌라를 중개하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빌라 전세 사기는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 이런 수법이 최근에 나타난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이런 문제는 있었지만 수면 위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심지어 이런 전세 사기에 가담한 건축주, 중개인, 브로커, 바지사장등도 본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관례에 따른 정상적인 사업 행위를 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빌라의 전세가나 매매가가 꾸준히 오른다면 이런 전세 사기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매매가가 2억원인 빌라에 어떤 세입자가 2억 원에 전세로 들어있다고 가정해 보자. 2년이 지나서 그 빌라의 전세가가 2억 2천만 원으로 올랐다면, 이전 세입자는 2억 원의 전세금을 돌려받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을 터이고, 바지사장은 2천만 원의 공돈이 생겼을 것이다. 이 바지사장이 100채의 빌라를 가지고 있다면, 2년 만에 20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무일푼이던 사람이 '빌라왕'이라고 하며, 마치 자산가인 양 흉내를 내고 다니게 된다.

 

처음에는 모두 이런 '빌라왕'의 꿈을 꾸고,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세가가 오르기는커녕 하락한 것이다. 전세가가 2억 원에서 1억 8천만 원으로 떨어진다면,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2천만 원을 돌려줘야 한다. 빌라 100채를 가지고 있다면, 20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빌라왕은 무일푼이던 사람이므로 그 순간부터 자산가로 알고 있던 사람이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전세가가 떨어지지 않더라도 세금 문제도 있다. 빌라왕이라고 알려지다 얼마전 사망한 김모씨의 경우, 무려 1139채의 빌라를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년에 1천만 원씩만 전세금을 인상하더라도 100억 원이 넘는 현금이 통장에 꽂힐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60억 원이 넘는 종부세가 부과된 것이다. 빌라만 천여 채 있지, 세금 낼 돈이 없던 빌라왕 김모씨는 당연히 세금을 체납하고, 그 소유 빌라들은 공매로 넘어갈 상황에 빠진 것이다. 7.10 조치로 인한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 영향이 엉뚱하게 빌라왕 사태로 전이된 것이다.

 

물론 빌라왕 김모씨는 정상적인 투자자는 아니다. 정상적인 투자자였다면, 다시 말해 단순히 집 욕심이 많아서 집을 사 모은 사람이라면, 주택임대사업을 신청했을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을 신청했다면 종부세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주택임대사업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은 본인 소유의 빌라를 장기 보유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행으로 빌라 값이 올라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면 진짜 자산가가 되는 것이고, 빌라 매매가나 전세가가 떨어지면 모든 것을 포기하면 그만이라 생각한 것이다. 바지사장이라는 자리는 원래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빌라왕은 자산가가 아니라 컨설팅 업체라 불리는 브로커가 건네주는 몇 푼의 수고비(리베이트)를 받고 명의를 빌려 준 것이고, 실제 대부분의 이익은 그 건물을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넘긴 건축주와 그 건축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브로커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이미 충분히 보도된 빌라왕 문제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빌라왕 흉내를 내는 사람들 때문이다. 빌라왕은 브로커에게 리베이트라도 받았지, 리베이트도 받지 않고 본인의 돈으로 자발적으로 빌라왕이 되려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극단적 갭투자자이다. 

 

넓은 의미의 갭투자는 예전에도 있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gap)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본이 적은 사람이 선호하는 방법이다. 특히 부모님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 초년생의 경우는 적은 자본으로 전세를 끼고 내 집마련 시기를 당길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나중에 돈을 더 모으면, 전세를 내보내고 그 집에서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성행했던 좁은 의미의 갭투자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충분한 자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자산이나 소득 수준에 맞는 주택을 사기보다는 다수의 저가 주택에 투자하려는 것을 극단적 갭투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사람들의 논리는 한두 채의 집을 보유하는 것보다는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게 되면, 매 2년마다 전세금이 오르니 현금 흐름이 확보되고, 이 자금으로 생활을 해도 되고 추가 투자를 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십 채의 집을 얼마나 빨리 매집할 수 있는가가 이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한 번도 역전세란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생 동안 한 번 이라도 역전세란을 맞게 되면, 줄줄이 경매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요행을 바라는 '벼랑 끝 전술'인 것이다.

 

문제는 다수의 저가 주택에 투자하는 이런 극단적 갭투자가 무슨 투자의 새로운 기법인 양 강의를 하거나 책을 쓰는 사람도 있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처럼 투자를 엉뚱하게 배워서 전혀 투자 가치 없는 곳에 주택 수만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한다. 이들은 이번 하락장에서 많은 교훈을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집값이 떨어질 터이니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돈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집값은 오를 것이고,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 사는 한 꾸준히 투자는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투자도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해야 한다.

 

200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주택 보급율은 100%가 넘었다. 수치상으로 더 이상 주택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주택이 턱없이 부족했던 과거처럼 아무것이나 사 놓으면 오르던 시절은 끝났다. 현재 부족한 것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있는 양질의 주택이다. 지금은 옥석을 구별하여 투자를 해야 할 시대라는 뜻이다.

 

빌라를 천여 채 보유한 빌라왕 김모씨는 자산가가 아니다. 자산가란 순자산이 많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지, 부채를 빼면 무일푼인 사람에게 붙이는 타이틀이 아니다. 갭투자라는 이름으로 리베이트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빌라왕 흉내 내는 것을 투자라 착각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