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_아기곰님 글 필사_작성일 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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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올리면 집값이 떨어질까?
미국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고, 한국 은행의 이주열 총재도 빠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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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고, 한국은행의 이주열 총재도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언급을 내비추었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뜨거워진 자산 시장을 식히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7월 23일 미국 다우지수는 종가 기준으로는 역사상 최고가인 3만 5천 포인트를 돌파했으며, 나스닥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 전날 발표된 6월 미국 평균 주택 가격도 38만 1800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렇게 주가나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 것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5월 말 기준으로 미국의 통화량(M2)은 20조 2784억 달러로 2020년 2월 말 대비 32.1%나 증가했다.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통화량이 많이 늘어난 적은 역사상 처음이라 하겠다. 이렇게 풀린 돈이 자산 시장을 달구어 놓자 미재무부 장관이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금리를 인상하면 과연 집값이 잡히게 될까?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금리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대출 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출 규제는 없다. 담보물의 가치에 비례하여 대출 한도를 정하는 LTV가 80% 정도이다. 이마저도 은행의 자율에 의해 결정되는데, LTV가 높을수록 대출 이자율도 높고, LTV를 낮게 적용하면 대출 이자율도 낮게 책정된다. 은행의 리스크와 이자율은 반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집값의 대부분을 대출로 조달하는 관례상 대출 이자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되지만 상환능력(소득)이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은 집을 팔려는 고민에 빠지게 되고, 집을 새로 사려는 사람도 이자 상환 문제를 다시 고민해 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에서는 집값 상승 속도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금리 인상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리인상으로 집값이 잡힐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과거 금리 인상 시기의 집값 추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위 표는 지난 10년간 미국의 기준 금리와 대출 연체율, 그리고 집값과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표이다. 파란색 그래프는 미국의 기준 금리이고, 초록색 그래프는 미국의 집값이다. 빨간색 그래프는 미국 주택담보 대출의 연체율을 나타내는 것인데, 수치가 크기 때문에 다른 지표와 비교하기 편하도록 4분의 1로 축소한 지표이다.
미국의 금리부터 살펴보자.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여파로 휘청거리는 미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 FRB에서는 2008년 12월 역대 최저 수준(0~0.25%)까지 금리를 내렸었다. 그러다 금리를 다시 인상하기 시작한 것이 2015년 12월이다. 8년간의 초저금리 시대를 끝내고,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하락론자나 일부 언론에서는 집값은 곧 하락할 것이라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2016년 12월 2차 이상 직후에도 똑같이 벌어졌다. 하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2018년 12월까지 아홉 차례나 금리가 인상되는 동안, 집값이 내리기는커녕 상승세가 이어졌다. 2015년 12월 26만 6100달러였던 미국 평균 집값이 2018년 12월에는 29만 3800달러로 10.4%나 상승한 것이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파란색 그래프(금리)와 초록색 그래프(집값) 사이에 어떤 상관 관계도 찾아볼 수 없다.
더 흥미로운 것은 주택 담보대출 연체율 추이다. 일반적으로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 연체율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한 달에 1000달러의 이자를 부담하던 사람이 한 달에 2000달러로 이자가 늘어나면, 상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체가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행에서도 "금리와 대출 연체율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위 표에서 파란색 그래표(금리)와 빨간색 그래프(연체율) 사이에는 일정한 패턴이 없다. 오히려 금리 인상 구간에서는 금리가 올라가면 연체율이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마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초록색 그래프(집값)와 빨간색 그래프(연체율)를 살펴보라. 뚜렷한 역상관관계가 형성된다. 다시 말해 집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금리와는 상관없이 연체율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금리 인상 구간(2015년 12월 ~ 2018년 12월)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책으로만 배운) 경제의 시각만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세상의 현상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들을 움직이는 힘은 바로 이익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집값의 90%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에는 95%까지 대출을 해주었다.)
어떤 사람이 45만 달러의 대출을 끼고 50만 달러짜리 집을 샀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이 집값이 10%나 떨어져서 45만 달러가 되었다면, 이 사람은 대출을 갚을 것인지 여부를 고민하게 된다. 이때는 대출이자가 높거나 낮거나 상관없다. 자신의 집값 중에서 본인의 몫은 이미 없어졌고, 빚만 떠안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값 반등 가능성마저 낮다고 하면, 이 사람은 대출이자와 원금에 대해 연체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서브프라임 사태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50만 달러에 산 집이 10%가 올라서 55만 달러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이 집에는 대출 45만 달러도 있지만 본인의 순자산(equity)이 10만 달러가 있는 셈이다. 이때 대출이자가 올랐다고 연체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 집은 압류가 되고, 경매에 부쳐질 것이다. 본인의 순자산 10만 달러가 허공에 날라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람은 대출이자나 원금을 연체하는 대신 다른 소비를 줄이더라도 대출이자를 꼬박꼬박 내게 된다. 이것이 위 표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집값이 오를수록 (본인이 잃어버릴 것이 많기 때문에) 대출 연체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체제에서 정한 룰을 따르게 된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집값을 잡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다. 적정한 수준의 꾸준한 집값 상승이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금리 인상과 집값과의 상관관계는 낮다. 한국은행에서는 집값이 떨어질까봐 금리 인상을 못한다든지, 반대로 집값을 떨어트리기 위해서 금리 인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금리 인상 여부에 신경 쓰기 보다는 본인의 자금 여력에 맞춰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낫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