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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부동산/아기곰

공급을 왜 늘리지 못할까?

by 월용 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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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_아기곰님 글 필사_작성일 21.09.03
https://blog.naver.com/a-cute-bear/222493896477

 

공급을 왜 늘리지 못할까?

정부도 그동안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에서 선회하여, 현 부동산 시장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이 공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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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에서 선회하여, 현 부동산 시장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이 공급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서울 등 인기 지역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하겠다.

 

그러면 공급이 얼마나 부족한지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된 2020년 주택총조사 결과를 근거로 그 실상을 살펴보자.

 

 

서울시는 우리나에서 경기도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18.7%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세대의 19.1%가 서울에 거처를 두고 있다. 이는 인구의 관점에서 서울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 정도인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아파트 수요의 19%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소득자일수록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서울의 아파트 수요는 다른 지역보다 많을 것으로 쉽게 예상 할 수 있다.

 

그런데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아파트는 총 1166만 1851채이고, 그 중 15.2%인 177만 2670채만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인구 비례에 의거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의 19% 정도가 서울에 위치하는 것이 정상이라면 서울에는 221만 5752채 정도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무려 44만 3082채의 아파트가 부족한 것이다.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주택보급률이 100%가 되지 않은 지역은 서울이 유일하다. 2019년 기준 전국 주택보급률은 104.8%인 반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6.0%에 그쳤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는 조금씩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2010년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4.4%이니까 지난 9년 동안 1.6%포인트만큼 개선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이다.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다고 하니까 (건설하기에 어려운) 아파트보다, (건설하기에 쉬운) 빌라 등을 마구 지었기 때문이다. 전국에 있는 다세대주택(빌라 포함)의 35.7%, 다가구주택의 23.6%, 연립주택의 21.2%가 서울에 소재하고 있다. 15.2%에 불과한 아파트 비중은 물론 인구 비례치인 19%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비중이다.

 

서울 사람이라고 다른 지역 사람보다 빌라를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득이나 자산이 다른 지역보다 많기 때문에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하다. 이것은 서울 주택 시장 공급이 수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책 변수에 따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서울시민이 원하는 주택 형태가 아니라 공급을 쉽게 할 수 있는 주택 형태를 주로 공급한 것이다. 이러니 통계상으로 공급이 크게 부족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민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주택공급이 크게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결국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다는 것은 정부나 국민이나 모두 공감하는 것이지만 국민은 아파트가 부족하다고 ㅅ애각하는 반면 정부는 전체 주택 통계만을 인용하기 때문에 서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아파트의 연식 문제이다. 신축이라고 할 수 있는 입주 5년 이하 아파트의 경우, 전국 아파트 중에 9.7%만이 서울에 분포되어 있다. 인구 비중 19%는 물론 아파트 전체 비중 15.2%보다는 낮은 수치이다. 아파트 중에서 새 아파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이 몇 년간 지속되니까 서울의 새 아파트는 '무조건 오르는 안전 자산'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시장에 퍼지게 된 것이다. 입주 5~10녀차인 준신축 아파트의 경우도 서울의 비중은 13.3%에 불과하여 전국 평균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반면 2010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 중 16.8%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인구 비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체 아파트 비중 15.2%보다는 높은 수치이다. 더 놀라운 것은 범위를 1989년 이전에 입주한 아파트로 국한한다면, 다시 말해 30년이 넘은 재건축 사업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의 30.3%가 서울에 몰려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서울에 주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파트가 부족한 것이고, 낡은 아파트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새 아파트가 극도로 부족한 것이다.

 

그러면 그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아파트 공급은 허가로부터 준공까지 빨라야 3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013년~17년 사이의 잘못된 서울 주택 정책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2008~12년 사이의 서울 주택 정책에도 그 책임의 일부가 분명히 있다고 할 수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재건축을 허가하지 않았기에 서울은 '낡은 아파트는 비정상적으로 많고, 새 아파트는 극도로 적은' 이상한 도시가 되고만 것이다.

 

그 당시 14만 6천채 정도를 재건축했더라면 지금의 서울은 다른 도시 정도의 수준은 되어 있었을 것이다.

 

2010년 이전 낡은 아파는 15.1%로 비중이 줄어들고, 대신 신축 아파트가 17.1%로 높아져서 다른 도시들과 균형을 맞췄을 것이다.

 

그러면 그 당시에는 왜 재건축 허가를 하지 않았을까? 과거 서울시장을 맡았던 사람들이 나태해서일까? 그것이 아니다.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면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까 봐, 한마디로 집값이 오를까 봐 겁이 나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과거의 잘못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한 재건축 허가는 없다." 얼마전 현 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한 말이다. 과거의 논리에서 한 걸음도 나아진 것은 없다. 지난 10여 년간 이 같은 논리로 재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것이 지금 서울 새 아파트값 폭등 사태로 나타난 것과 같이 향후 몇년간 서울 지역의 새 아파트 품귀 현상이 가져올 후폭풍은 지대할 것이다.

 

빈 땅에다 집을 지으면 되는 다른 도시와 집을 지을 땅 자체가 부족한 서울은 사정이 다르니 만큼 그 해법도 달라야 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만이 대규모 아파트 공급을 이끌어낼 유일한 해법이다. 서울에 낡은 아파트의 비중이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히다는 증거이다. 서울의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의 비중이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재건축 사업이나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면 대상 집값이 오르면서 여기 저기서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려워하여 일을 하나도 하지 않으면 욕은 적게 먹을 수 있지만 역사는 무능한 공직자로 기록할 따름이다. 예방 주사가 따끔거린다고 겁을 내서 계속 미적거리면 더 큰 병을 예방할 수 없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