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_아기곰님 글 필사_작성일 202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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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시장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10개월 전인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폭등'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역대급의 상승세를 보이던 주택 시장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아서 차갑게 식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작년 연말부터 안정세로 들어서던 주택 시장이 올해 6월 중순부터 하락세로 전환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드디어 대세하락기로 시작된 것이 아닌가"라는 기대와 우려가 일고 있다. 심지어는 몇 년간은 집값이 계속 하락할 것이니 집을 사면 손해라는 극단론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집값 하락 소식에 환호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이다. 집값 하락을 반긴다는 점은 같지만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집을 살 능력이 되지 않지만 집 값 하락을 반기는 부류이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런 자산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본인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던 직장 동료나 후배들이 어쩌다(?) 이런 자산을 사게 되면서 열심히(?) 살아온 본인보다 재산이 훨씬 많아진 것이다. 한마디로 근로 소득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자산의 유무나 과소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세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본인이 앞으로도 당분간 집을 살 계획이 없어서 집값 하락이 실질적인 기회가 되지 않음에도 이런 하락세를 반기는 것이다.
두 번째 부류는 집을 살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난 몇 년간의 기회를 놓쳤던 사람이나, 특히 급등기 직전에 집을 팔았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대출을 조금 더 보태면) 집을 살 여력은 있지만 그동안 집을 사지 않았던 것이다. 집을 살 자금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명박 정부 말기였던 2012년 6월, 서울에 아파트를 산 김씨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당시 서울 평균 아파트 값인 5억 2729만 원에 샀다고 하자. 그런데 불행하게도 집값은 슬금슬금 빠지기 시작하여 2013년 12월에 4억 8375만 원까지 떨어졌다. 4천만 원 이상 집값이 떨어진 것이다. 이런 기간이 지속되자 김씨는 본전만 되면 집을 팔고, 안전한(?) 전세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다행히 그 이후 박근혜 정부 동안 집값이 상승하여, 5년이 지난 2017년 6월에는 6억 1755만 원이 되었다. 매수가에 비해 9천만 원 정도 오른 것이고, 가장 집값이 많이 떨어졌던 시기와 비교하여 1억 3천만 원이 오른 셈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집값을 잡겠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내자 김씨는 집을 팔기로 결심했다. 이명박 정권 때 집값이 4천만 원이나 떨어져서 마음고생한 것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단 아파트를 팔았다가 나중에 집값이 더 떨어지면 그때 사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집을 판 후 집값이 김씨의 바람대로 떨어져서 서울 아파트를 되살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았겠지만 시장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을 잡으려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김씨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1년 6개월이 지난 2018년 12월이 되니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8억 1595만 원이 되었다. 김씨가 집을 판 이후 1년 6개월 동안 무려 2억 원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물론 집값이 언제나 오른 것은 아니었다. 2018년 12월 중순이후 서울 아파트 값은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9.13 대책이 드디어 위력을 발휘한다고 자화자찬하고, 일부 전문가들도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식으로 하락을 기정 사실화했다.
그러면 김씨는 집값이 하락하던 이 시기에 왜 집을 사지 않았을까?
이미 집값이 하락 추세로 돌아섰고,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는다는 의지가 워낙 확고부동하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을 기대하고 집을 사지 않았다. 더 나아가 서울 아파트 값이 본인이 집을 팔았던 2017년 6월 가격은 물론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의심치 않았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값 하락이 시작된 'A'시점에서 집을 사기는 어려웠겠지만, 집값이 상승으로 다시 전환된 'B'시점에서는 집을 샀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김씨는 'B'시점에서는 집을 샀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김씨는 'B'시점에도 집을 사지 않았을까?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김씨가 집을 팔았던 2017년 6월에 비해서는 집값이 2억 원 이상 올랐던 것이다. 다시 말해 본인이 팔았던 집을 다시 사려면 취득 비용까지 감안해 2억 몇 천만 원이나 돈을 더 주어야 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럼 이 김씨는 2억 원을 더 주고 서울 아파트를 다시 샀을까? 그럴 일은 거의 없다. 아무리 자금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도 2억 원이라는 자금은 아깝다. 더구나 돈도 아깝지만 그보다는 자존심의 문제가 걸린 것이다. 만약 2억 원의 자금을 더 주고 같은 집을 되산다고 하면, 배우자에게 평생 놀림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김씨는 서울 집을 팔았던 2017년 6월 이후로 하락론자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2019년 8월이라도 김씨가 자존심을 버리고 집을 다시 샀으면 어찌되었을까? 그 결과는 우리 모두 아는 바이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 7992만 원이다. 김씨가 집을 판 2017년 6월에 비해 두 배이상 오른 가격이다. 5년간 액수로는 6억 5천만 원 이상 오른 셈이다. 근로소득만으로는 10년 안에 만회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회를 날린 셈이다. 김씨의 마지막 희망은 지난 몇 년간 극적으로 집값이 오른 것과 반대로 집값이 폭락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기사가 언론에 도배되자 김씨는 신이 나기 시작했다. 본인이 예상했던 상황이 지금 그대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서울 아파트 값은 본인이 집을 팔았던 5년 전 가격은 물론 그 이전 가격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희망 섞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글에서 나오는 김씨는 가상의 인문이다. 하지만 제2의 김씨가 되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집 한채 있는 사람이 집을 팔고 현금을 가지고 있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되사겠다는 생각이다. 5년 전 김씨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려는 것이다.
어떤 투자 상품이든 본인이 산 직후부터 급등하지 않는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돈 가치 하락분만큼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면 부동산 시장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그 하락기는 짧고, 상승기는 길다는 것, 하락폭은 적고, 상승폭은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김씨처럼 'sell and buy back' 전략은 부동산 시장에서는 맞지 않는 전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