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_아기곰님 글 필사_작성일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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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네이버 블로그
『부동산 컬럼니스트』 『재테크 컨설턴트』 - 저서 - How to Make Big Money(2003) / 100년후에도 변하지 않는 부자되는 지혜(2005) / How to be Rich (2005) / 부동산 비타민 (2007) / 재테크 불변의 법칙 (2017) /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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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나는 것이 있다. 어떤 큰 사건을 겪으면 그 트라우마가 평생을 간다는 뜻이다. 50대 이상 한국인의 경우 경제 위기의 조짐이 있으면 1997~8년 IMF외환위기 때나 2008~9년 국제 금융 위기 때의 어려움을 떠올리고는 한다.
IMF외환위기는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처음 겪었던 시련이었기에 그 충격이 더 했다. 1997년 11월부터 떨어지던 집값은 1998년 11월까지 13개월 연속 하락 행진을 벌였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5.1%나 하락했고, 서울 지역은 이보다 더 심하게 18.2%나 하락하였다.
집값만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전세가도 전국 평균 22.3%, 서울 평균은 26.9%나 하락했다. 시중에 돈이 귀해지면서 매매가뿐 아니라 전세가도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 기간 중 금리는 MMF금리 기준으로 최고 30%까지 치솟았고, 환율은 1달러가 2000원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금리가 오르고, 환율이 오르면 경제 위기 때의 기억을 되살리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IMF외환위기 당시 집값은 의외로 빠른 반등을 보였다. 하락 기간이 13개월에 불과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짧고 굵은 하락기를 겪은 것이다. 다만 IMF외환위기 직전의 집값을 회복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2001년 7월에 IMF외환위기 직전의 집값을 회복했으니, 13개월의 하락기와 2년 8개월(32개월)의 회복기를 거쳤던 것이다.
반면 전세 시장의 회복세는 더 빨라서 2000년 1월에는 IMF외환위기 직전의 전세가를 회복했다. 13개월의 하락기와 14개월의 회복기를 거쳤던 것이다. 이렇게 빨리 전세 시장이 회복된 원인은 1998년과 99년 두 해 동안의 40%가 넘는 통화량 증가에 있었다. 그 당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하여 시중에 돈을 빠르게 풀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매가 회복 속도가 전세가 회복 속도보다 두 배 이상 길었던 이유는 바로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다. 전세는 만기가 되면 집주인에게 돌려받기 때문에 손실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집값은 떨어지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2008년 다가온 국제금융위기는 IMF외환위기 때보다는 충격이 덜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 기준으로 2008년 10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2009년 3월까지 6개월간 2.7%밖에 하락하지 않았다. 국제금융위기 전의 집값을 회복한 시기는 2009년 12월이니, 6개월의 하락기와 9개월의 회복기를 거쳤던 것이다.
전세 시장도 빠른 반등과 빠른 회복을 하였다. 2008년 11월부터 하락하던 전세가는 불과 3개월 만인 2009년 2월에 바닥을 찍은 후, 7개월 만인 2009년 9월에 전고점을 회복했다.
IMF외환위기IMF 외환위기 때에 비해 국제금융위기 때의 하락폭이나 하락 기간이 짧았던 이유는 그 당시 정부의 경제위기 회복을 위한 발 빠른 대응도 있었지만 학습 효과 때문도 있다. IMF외환위기 때 15.1%나 떨어졌던 집값은 그 이후 국제금융위기 직전까지 무려 117.3%나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207.0%나 올랐다. 한마디로 1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집값이 세 배 이상으로 올랐던 것이다.
그런데 국제금융위기 때의 하락기간이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그 당시 몇 년간 집이 팔리지 않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진실은 무엇일까? 국제금융위기 때의 하락 기간은 6개월인가, 60개월인가? 정답은 전자이다.
앞서 IMF외환위기 때나 국제금융위기 때 매매가 뿐만 아니라 전세가고 크게 떨어졌다고 언급했다. 주택 수요가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가 9.9%나 떨어졌던 2008년 9월부터 2013년 9월까지 5년간의 기간은 전세가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34.9%나 상승했다. 매매가 하락폭보다 세 배 이상이나 크게 급등한 것이다. 이는 수도권 주택 수요가 매매 수요에서 전세 수요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결론적으로 집값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집값은 크게 올랐던 것이다. 지방 소재 5개 광역시의 아파트 매매가는 40.7%나 상승했고 여기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지방도 37.3%나 올랐었다. 수도권이 9.9%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전국적으로 11.9%나 오른 것이다.
그러면 그 당시 왜 수도권 집값만 떨어졌을까? 그리고 같은 시기에 왜 수도권 전세값은 떨어지지 않고 급등했을까? (경제 위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수도권에 집중된 보금자리 주택 공급과 2기 신도시 입주 때문이었다.
수도권에서는 입지가 뛰어난 강남구와 서초구 등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보금자리 주택 사업이 본격화되자, 무주택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매 수용 대기층이 형성되면서 전세가는 크게 오르고 매매가는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5년간 지속되었던 것이다. 보금자리 주택에 집주를 하려면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기존 주택을 매수하거나 민간 분양 아파트에 청약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참여정부 시절부터 준비한 2기 신도시 입주가 이 시기에 시작되었다. 2기 신도시 중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판교가 2009년부터 입주를 시작하여 2011년 마무리되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강남이나 판교와 같이 입지가 뛰어난 지역에 단기간에 공급 확대되면서 수도권 전체의 수요 공급의 균형이 깨졌던 것이다. 결국 국제금융위기 직후 수도권만, 그것도 매매 시장만 약세를 보였던 이유는 금리나 환율의 급상승이 아닌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에 기인한 현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도 재현될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공급은 늘었지만 주택 수요가 매매에서 전세로 전환되었던 2007~13년 시기에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무려 127%나 늘었다. 하지만 현재는 2013년에 비해 미분양 물량이 무려 87%나 줄었을 뿐더러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시장 상항은 국제금융위기의 데자뷔가 아니라, 예전에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들이 솥뚜껑이 자라가 아니라는 것을 대중이 인식하는 시기가 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반등할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