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_아기곰님 글 필사_작성일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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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네이버 블로그
『부동산 컬럼니스트』 『재테크 컨설턴트』 - 저서 - How to Make Big Money(2003) / 100년후에도 변하지 않는 부자되는 지혜(2005) / How to be Rich (2005) / 부동산 비타민 (2007) / 재테크 불변의 법칙 (2017) /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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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는 그 유래가 고려 시대에 이를 만큼 오랫동안 우리에게 친숙한 거주 형태이다. 다른 나라에도 일부 유사한 형태의 전세 제도가 있다고는 하나, 극히 일부의 사례이고 전세는 우리나라 고유의 주거 형태라 하겠다. 심지어는 전세를 뜻하는 영어 단어조차 '전세(Jeonse)'이다.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일정 보증금만 맡기면 추가적인 임대료 지급 없이 계약 기간 동안 독점적으로 그 집을 사용할 수 있고,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이자 없이 정해진 기간 동안 보증금을 활용할 수 있기에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아 오던 제도라 하겠다.
그러던 전세 제도가 지난 몇 년간 삐걱대고 있다. 2020~21년에는 역대급 전세난이 펼쳐지더니, 최근 1년 동안은 역전세난이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역전세난이 퍼지면서 전세 만기가 되어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이 늘어나자, 전세 사기라는 용어까지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다.
과거에도 전세난과 역전세난이 벌어진 적이 많지만 지금과 같이 심각한 적도 없었고, 짧은 기간 동안 시장 분위기가 급변한 적도 없었다. 그러면 최근 들어 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심화되고 있는 것일까?
그 중심에는 전세자금대출이 있다. 전세 자금 대출이 어려웠던 과거에는 자산에 따라 주거 형태가 명확히 나뉘었다. 자산이 많은 사람은 자가에서 거주하는 비율이 높았고, 자산이 중간 정도인 사람은 전세에서 거주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에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은 월세로 거주하다가 어느 정도 자산이 모이면 전세로 갈아타고, 나중에 더 자산이 모이면 집을 사기도 했다. 이를 '주거 사다리'라고 칭하기도 한다.
월세에서 바로 집을 사는 사람보다 월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집을 사는 사람이 더 많다. 그 이유는 집을 사기에는 자금이 모자라지만 어느 정도 금융자산이 모이면 세입자의 입장에서도 전세로 갈아타기 하는 것이 유리한데, 모아 놓은 자금을 은행에 맡겨서 받는 이자보다 월세를 절약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자금대출이 일반화되자 이런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자산이 적어 전세를 살기 어려웠던 사람도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저금리 상황 하에서는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월세보다 전세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자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시장이 과열되기 시작했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면, 전세가가 낮은 지역으로 빠져나가거나 월세로 살아야 할 사람들이 전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전세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 전세자금대출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10여 년도 넘은 이명박대통령 때부터이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 반값 아파트로 불리던 보금자리 주택 공급이라는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무주택자들은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 시장에 머물면서 보금자리 주택에 당첨되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무주택자에게만 기회를 주던 보금자리 주택에 당첨되면 상당한 프리미엄이 보장되기도 하지만, 매매가도 거의 오르지 않는 시장 상황 속에서 집을 서둘러 살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노무현 정부 때는 안정되었던 전세 시장이 요동치면서 많은 세입자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본인들이 모은 돈으로는 전세가 상승분만큼 올려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에서 해결책이 전세자금대출 확대이다. 세입자가 원하는 만큼 대출을 해줘서 본인이 살던 집에서 쫓겨(?)나지 않게 해 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시장에 전세 매물을 늘리는 정책을 펴기에는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세입자의 불만을 잠재우는 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그 부작용으로 시장의 전세가가 더 올랐다는 것이다. 그 집에 살고 싶어하는 다른 세입자도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전체의 전세가를 높여 놓은 결과가 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과거에는 본인의 자금력에 따라 세입자가 거주지를 선택했다고 하면, 전세자금대출이 활성화된 이후에는 세입자 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요즘은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않는 세입자보자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세입자가 더 많은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 정권들도 이를 바로잡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기존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 전세자금대출 연장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그 세입자를 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몰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불만의 화살이 본인들의
정권을 겨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세자금대출 규모를 줄이기는커녕, 세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때마다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이라는 미명 아래 오히려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늘어만 갔다.
이명박 정권 이후로 계속 불어나던 전세자금대출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발 금리인상 시기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 시작하자 대부분 변동 금리였던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려움에 봉착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금이 더 낮은 지역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값이 비싼 수도권이 지방보다 더 많이 떨어졌고,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 지역이 강북 지역보다 전세가가 더 떨어진 것이다. 지난 1년간 강남구의 전세가가 19.0%, 송파구가 19.5% 떨어지는 동안 중랑구의 전세가는 9.6% 하락에 그쳤다.
한마디로 전세자금대출 이자의 급격한 상승이 전세 수요를 줄이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역전세난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역전세난은 현재도 빌라나 오피스텔 시장을 중심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이어지고, 아파트 시장으로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런데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직접적인 피해자인 것은 맞다. 하지만 숨겨진 피해자는 국민 전체인 것이다.
전세자금대출 제도의 본질을 살펴보자.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려 해도 아무나 빌려주지는 않는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원리금을 갚지 않는다면 담보로 걸린 집을 처분해서 은행에서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기에 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담보도 없는 전세자금은 왜 은행에서 빌려줄까? 정부에서 보증을 서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금을 떼이면 은행이 손해가 나는 것이 아니라, 보증을 서준 정부가 손해 나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 세금으로 은행의 손실을 메워준다고 보증해 주기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현재 전세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부작용들이 잔세자금대출에서 시작된 것이다. 물론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일거에 없애기는 어렵다. 전세자금대출을 연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기존 세입자들을 월세 시장으로 내몰거나 더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내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정부에서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을 테니, 본인의 자산 수준에 맞추어 월세로 살던지, 더 열악한 곳으로 이사 가시오"라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전세자금대출이 없어지면, 전세 시장에 들어오는 자금도 줄고, 이는 전세 수요를 급격히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역전세난이 가속화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론적으로 따지면 현재 전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부작용을 잡기 위해서는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폐지하거나 크게 축소해야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모아 놓은 자산이 적다는 이유로 현 거주지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는 현실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모색할 시점이라 할 수 있다.